[길섶에서] 눈 내린 밤/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수정 2021-01-08 02:01
입력 2021-01-07 17:02
힘든 시기라서인지 몰라도 눈 내리는 모습에 시민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창문 너머에는 눈길을 즐기는 이웃들도 보였고 큰 뉴스라도 되는 듯 소셜미디어는 눈 소식들로 분주했다. 퇴근길 시민은 제설이 안 돼 발을 동동 굴렀고, 행정 당국에는 항의성 전화도 빗발쳤다고 한다. 눈 내리는 겨울 밤의 서로 다른 도시 풍경이다. 자유롭지 못한 일상이 빚어낸 모습은 아닐까?
불현듯 찾아온 눈발이 시민들을 당혹스럽게도 했지만 잠시나마 설렘도 선물했다. 겨울에만 맛보는 낭만이자 불편 아닌가.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사람이 사는 마을/가장 낮은 곳으로/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우리가 눈발이라면/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편지가 되고/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새살이 되자.”(안도현의 ‘우리가 눈발이라면’ 중에서)”
yidonggu@seoul.co.kr
2021-01-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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