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추억의 소환/손성진 논설고문
손성진 기자
수정 2020-04-06 03:50
입력 2020-04-05 23:52
기억을 되살려 줄 것들이 오래도록 한자리에 있다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다. 자고 나면 달라진다고 할 정도로 변화가 많은 세상인 까닭이다.
지금까지 6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 달이라도 살았던 공간을 헤아려 보니 20여곳쯤 된다. 그중에 온전히 남은 것은 근래에 거주한 몇 곳밖에 없다.
간혹 유년기에 살았던 곳을 떠올리며 기억을 머리에서 짜내 보는 적이 있다. 어렸던 10년의 시간 중에 기억할 수 있는 장면을 영상으로 만든다면 1시간짜리도 안 되지 싶다.
추억의 소환을 쉽게 하기 위해 살던 곳을 지도로 탐색해 보지만 골목길이 이어지던 그곳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돌아가고 싶어도 갈 곳이 없는 것이다.
변화의 바람을 덜 타는 농촌이나 벽촌 출신의 사람들은 오랜 세월을 버틴 고택이 있다면 유년의 추억을 금세 되살려 줄 그곳을 당장 내일이라도 찾을 수 있을 터다. 그래서 부럽기만 하다.
sonsj@seoul.co.kr
2020-04-0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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