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조너선’에 대하여
박홍환 기자
수정 2020-01-14 02:06
입력 2020-01-13 22:22
바다를 찾을 때마다 갈매기를 유심히 관찰하곤 하는데 비 오는 날의 갈매기들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깃털이 젖을까 백사장에 뱀이 똬리 틀듯 움츠리고 앉은 채 눈만 껌뻑이는 모습이 그렇다. 예전 인천 강화 석모도를 배 타고 들어갈 때는 갈매기들에게 과자 던져 주는 재미가 쏠쏠했다. 날름 낚아채 먹는 기술은 솜씨 좋은 소매치기를 능가했다.
다리가 놓여 이제 섬 아닌 섬이 된 석모도, 그 많던 ‘과자 받아먹던 갈매기’들은 어디로 갔을까. 혹시 일부는 ‘조너선’처럼 무리를 떠나 멀고 긴 도전의 여행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무기력하게 세월을 탕진하고 있는 지금, ‘조너선’의 용기가 더욱 그리워진다. 얼마 전 다시 찾은 석모도, 갈매기들은 관광객 붐비는 해변에서 여전히 과자를 받아먹고 있었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20-01-1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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