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계산 공식/장세훈 논설위원
장세훈 기자
수정 2019-08-20 01:40
입력 2019-08-19 20:52
이와는 별개로 셈법 자체가 다를 때도 있다. 각종 할인쿠폰을 비롯해 이른바 ‘눈알 붙이기’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샀다고 뿌듯해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쓰임이 많지 않은 물건은 사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이마저도 낭비로 비쳐진다. A라는 물건을 사러 갔다가 없으면 그냥 돌아오는 사람이 있는 반면 B를 둘러보고 정작 C를 사 오는 사람도 있다. 셈법이 다르면 다른 행위를 만든다.
셈의 속도가 다르면 빠른 사람을 따르면 되지만 셈법이 다르면 다툼이 되기도 한다. 부부 사이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이론적으로는 자기 나름의 계산 공식을 따르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경험적으로는 아내의 셈법을 따르는 게 더 낫다. 셈법을 놓고 누구 말이 옳은지 따지다 보면 구박이나 핀잔을 듣게 되니 어떤 논리를 내세워도 결국은 밑지는 셈법이 되기 때문이다. 이 또한 계산 공식이 아닐지.
2019-08-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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