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옆차기’의 진실/이지운 논설위원
이지운 기자
수정 2019-06-21 02:19
입력 2019-06-20 20:40
선친은 종종 “저마다 특기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어찌하다 태권도 얘기로 또 여쭈었다. “아빠 특기는 뭐였는데?” “아빠는…, 옆차기” 하는 대답에 배를 잡고 뒹굴었다. 이후로도 그 일을 떠올리며 낄낄대곤 했다. 얼마 전 한 태권도 원로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 원로는 정색하며 “당시는 엄격해 단을 따기가 훨씬 어려웠다”고 했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는데, 태권도 유파(流派)를 얘기하다 선친이 ‘○○관’ 출신이었음을 알게 됐다. “○○관은 무슨 특징이 있나요?” “옆차기가 특기였다네.”
수십년간 아버지와 아버지 세대를 비웃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이제는 옆차기가 떠오르면 마음이 아프다.
2019-06-2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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