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평일 휴무/김성곤 논설위원
김성곤 기자
수정 2018-08-23 01:11
입력 2018-08-22 23:12
30대 중반 3개월가량 무직이었던 때의 트라우마 때문인가. 처음 한 달은 그런대로 만날 사람도 있고, 갈 곳도 많았다. 두 달쯤 되니 이것도 모두 동났다. ‘그래 지리산이나 종주하자.’ 그런데 대피소에 묵는 사람들과 편하게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니 “무슨 일을 하시느냐”고 묻는다. 산도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주 52시간 근무’ 도입을 계기로 토요일자 신문을 내지 않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내가 쉬는 날인지 모르고, 회사 근처에서 금요일 점심을 하자는 사람도 많다. ‘쉬는 날인데 옷차림은….’ 평생 평일엔 일하고 ‘빨간 날’에만 가끔 쉬어 왔다. 일하는 것보다 쉬는 게 불안한 세대여서인지 평일 휴무는 아직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다.
sunggone@seoul.co.kr
2018-08-2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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