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망각/손성진 논설고문
손성진 기자
수정 2018-07-08 22:46
입력 2018-07-08 22:44
브라질의 네이마르는 월드컵 8강전에서 지고 나서 “내 축구 경력에서 가장 슬픈 순간”이라고 했다. 남자로서는 중요한 승부에서 패배하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슬플 수 있다.
며칠 전 중요한 것을 어디엔가 두었는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난날의 고통을 잊게 해 주는 망각을 신의 선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름다운 기억의 상실은 정반대다. 뇌는 점점 퇴화하고 정신은 조금씩 흐릿해진다. 지금이야 건망증 정도이겠지만 망각은 가장 슬픈 병이다.
일상을 깨알같이 기록해 두는 이들은 망각에 대비하는 것 아닐까. 일기장을 펼쳐 써야겠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훗날 보면 다 추억일 테니.
sonsj@seoul.co.kr
2018-07-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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