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능소화 단상/오일만 논설위원

오일만 기자
수정 2017-08-24 00:55
입력 2017-08-23 23:04
인터넷을 뒤졌다. 한자부터가 특이했다. 능멸할 능(凌)과 하늘 소(霄)를 쓴다. 하늘을 능멸할 정도로 뻗어 오르는 기상 때문에 ‘양반꽃’이라는 별명도 있다. 꽃말은 그리움·기다림인데, 슬픈 사연이 있다. 궁궐에 살던 소화(霄花)라는 궁녀가 임금에게 버림받고, 그 넋이 꽃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시들어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활짝 핀 자태 그대로 꽃을 떨군다. 한껏 최고조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그 순간 생을 끝내는 가인의 풍모가 있다. 매혹적인 꽃 속에 독을 품고 있다고 하니 궁녀 소화의 한(恨)이 아직 풀리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2017-08-2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