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이별 연습/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수정 2017-05-16 00:21
입력 2017-05-15 22:58
가고 오는 계절을 감각으로 알아채는 곳도 이 길목 언저리다. 꼬리꼬리한 봄 거름 냄새가 풍기면 3월, 헤실헤실한 감자꽃에 땅내 맡느라 노랗게 질린 고추 모종이 보이면 보나마나 5월.
이 별천지에 기어이 올 것이 와 있다. 내 땅 절대 수용 불가! 동네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 빨간 격문이 동네 어디에나 나붙었다. 누구든 알고 있다. 아파트의 진격을 당해낼 수 없다는 것, 누군가의 안식이었을 저 늙은 팽나무가 전설이 되고 만다는 것.
아침저녁 짝사랑한 동네를 어떻게 떠나보낼지. 이별 연습을 얼마나 해야 할지 날마다 아득해진다.
2017-05-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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