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가짜 주부/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수정 2016-12-23 23:57
입력 2016-12-23 22:52
얼마 전 동지를 앞두고 한 방송에 나온 동지 팥죽을 보고 팥죽을 끓이기로 했다. 시간과 품이 좀 들긴 했지만 그런대로 친정어머니가 해 주시던 팥죽의 흉내는 낸 것 같아 뿌듯했다. 문제는 그다음. 몇 숟가락 떠서 먹는데 웬걸, 입안에서 돌이 씹히는 것 아닌가. 한 번으로 끝난 게 아니다. 원인은 팥을 손질할 때 돌 등을 골라 내야 하는데 귀찮다고 그냥 삶았기 때문이다. 결국 한 솥 끓인 팥죽을 버려야 했다. 아쉬운 마음에 새알만이라도 건져 먹긴 했지만 아까운 마음은 쉬 가시지 않았다. 살림을 잘하지는 못해도 그런대로 신혼의 새댁 같은 ‘초짜’는 지났기에 주부라고 자처했는데 이제 그 말을 못할 것 같다. 가짜 주부가 진짜 주부인 양하는 것은 진짜 주부에게 미안한 일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6-12-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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