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모과차/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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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기자
수정 2016-11-30 22:15
입력 2016-11-30 20:40
강원도 바닷가 마을에 갔다가 모과를 한 광주리 얻었다.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고 했던가. 종자가 원래 그런 것인지 모양이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한 게 참 못생겼다. 생기긴 그래도 향기가 좋고, 농약 한 방울 치지 않은 것이라서 서울 집으로 가져왔다.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모과차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칼로 자르려고 해 보니 너무 단단해서 칼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모과는 작두로 잘라야 한다더니 그래서 그런 거였다. 욕심 같아선 가져온 모과를 모두 다 차로 만들고 싶었지만 겨우 3개만 자르곤 포기했다. 깍두기 크기만 하게 자른 모과를 하룻밤 말린 뒤 병에 담고 설탕을 듬뿍 뿌려서 뚜껑을 덮고 흐뭇한 기분으로 뒷 베란다에 내놓았다.

2주가 지나고 뚜껑을 열어 봤다. 무슨 영문인지 술 냄새가 났다. 모과차를 담그려 했는데 모과주가 되다니. 난생처음 시도한 모과차는 실패로 끝났다. 뭐가 될지 모르지만 그 위에 설탕을 더 뿌리고 다시 뚜껑을 닫았다. 남은 모과로 다시 도전해 볼까도 생각 중이다. 아무튼 앞으로는 모과차를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마시게 될 것 같다. 그 어려운 과정을 알기에….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6-12-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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