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8월의 라일락/강동형 논설위원
강동형 기자
수정 2016-08-05 18:20
입력 2016-08-05 18:04
철모르고 피어난 라일락 꽃을 보면서 한마디씩 거든다. ‘결핍 상태의 화초에 자양분이 공급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 ‘기상 이변에 따른 생육 주기의 교란’ ‘번식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지만 원인은 알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결핍 상태의 화초에 자양분이 공급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에 손을 들어 주고 싶다. 우리 집 옥상에 자라는 인동초가 봄에 이어 최근 꽃을 피웠다. 예년에 비해 물을 자주 준 것 외에는 달리 한 게 없다. 영양 결핍으로 개회 시기를 늦추다 정성 어린 자양분을 받아 피어났을 것이라 추론한다. 정성을 다하면 하늘도 감동한다고 하지 않나. 못나고 부족해도 정성을 다하면 언젠가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먹음직한 열매를 맺는 게 자연의 섭리 아니겠는가.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08-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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