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장마/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수정 2016-07-05 21:13
입력 2016-07-05 20:42
장마가 들기 전까지 몹시 가물었다. 가뭄에 논도, 밭도 타들어 갔다. 논에 물을 대도 바닥만 간신히 적실 뿐 기별이 안 갔다. 뙤약볕에 못 견뎌 축 처진 고추 모에 힘들게 물을 줘도 금방 스며들었다. 하늘만 바라봤다. 서울에서 비 소식이라도 들리면 “거긴 필요 없을 텐데, 애들 회사 다니기만 힘들지…”라며 아쉬운 듯 혀를 차곤 했다.
장마라도 기다렸다. 한 줄금의 소나기가 메마른 대지를 순식간에 적시는 자연의 힘을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장대비가 쏟아지다 잦아들자 농부가 삽을 들고 논으로 나간다. 물꼬를 만지는 소리에 뜸부기가 놀라 푸드덕 날아오른다. 올 장마도 다른 곳에 피해를 주지 않고 점잖게 지나가기를, 농부의 간절한 마음이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6-07-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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