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제비/박홍환 논설위원
박홍환 기자
수정 2016-03-29 22:40
입력 2016-03-29 22:36
며칠 전 남태평양의 바닷가 숙소에서 조우한 제비 일가(一家)도 다르지 않았다. 낯선 이방인의 출현에 깜짝 놀란 부모 제비는 베란다 처마 모퉁이 둥지에서 영문도 모른 채 재잘대는 새끼들에게 해가 미칠까 봐 안절부절못했다. 거대한 체구의 이방인을 쫓아낼 기세로 작디작은 몸을 서슴없이 날렸다. 그 모습이 하도 애처로워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몸을 들였다.
언제부턴가 도시에서 제비는 자취를 감췄다. 서식할 만한 곳이 마땅찮고, 무엇보다 새끼 건사하기가 어려워서일 게다. 학대도 모자라 살해까지, 제 새끼 소중한 줄 모르는 인간들에게 뭘 더 배우겠느냐며 맹모의 심정으로 결심했는지도 모르겠다. 삼짓날이 코앞인데 제비는 여전히 남태평양에 머물고 있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6-03-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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