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단골손님/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수정 2016-01-09 01:44
입력 2016-01-09 00:06
오래 다니다 보니 미용실 주인과는 낯이 익었다. 처음 한두 번은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하고 물어보기도 하더니 이제는 앉자마자 아무 말 없이 가위질을 시작한다.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게 깎아 놓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10분 완성’에 값싸고 솜씨도 괜찮으니 애써 다른 데 갈 이유가 없다.
지난가을 경주에서 열린 회의에 갔다가 기차 시간에 여유가 있길래 시내의 그럴듯해 보이는 미용실에 들어갔다. 제법 붙임성 좋은 남자 미용사는 손님 다루는 실력이 뛰어났지만, 머리 자르는 실력도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얼마 전 회사 뒤 미용실에 다시 갔다. 주인은 대번에 “제가 자른 것 아니지요?” 한다. 다른 데 가서 머리를 깎은 것이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단골손님이란 이런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6-01-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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