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심부름 교육/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수정 2015-10-08 18:13
입력 2015-10-08 18:06
어른들에게는 일도 아니지만 꼬마들에게 심부름은 어른들의 세상에 맨몸으로 뛰어들어 싸우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릴 적 심부름으로 잔뼈가 굵었다고 농반진반 말할 정도로 가족들의 심부름을 도맡아 해 봤기 때문에 잘 안다. 지금도 심부름을 잘못해 큰오빠한테 크게 혼난 기억이 난다. 약국에 가서 약 사오기도 쉽지 않은데 게다가 사온 것을 바꿔 오라고까지 하면 얼마나 난감하던지.
지나고 보니 심부름은 아이들이 커 가는 과정에서 꼭 거쳐야 할 교육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오빠들의 만화 심부름, 은행이나 동사무소에서 돈 찾기와 각종 증명서 떼는 심부름, 이 모든 게 세상에서 살아가는 공부였다. 하지만 요즘은 하도 이상한 일도 많아 아이들을 세상에 던져 심부름시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5-10-0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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