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다람쥐 밥/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김성호 기자
수정 2015-10-06 23:34
입력 2015-10-06 23:28
오랜만에 찾은 올림픽공원. 커다란 플래카드가 을씨년스럽다. ‘다람쥐에게 도토리를 돌려줍시다.’ 도토리를 죄다 주워가 다람쥐들이 먹을 게 없단다. 묵을 쑤려고 싹쓸이하는 이들도 있다니, 해도 너무한 것 같다.
공원에 도토리가 얼마나 열린다고 가져다 묵까지 쑬 생각을 할까. 그 속 좁은 욕심이 얄궂다. 그래서인가. 그 신나게 뛰놀던 다람쥐며 토끼들이 별로 눈에 안 든다.
가만 돌이켜보니 올림픽공원 초창기부터 단골손님이었던 것 같다. 공원이 처음 생겼을 땐 토끼며 다람쥐들이 사람을 무서워해 도망 다니기 일쑤였는데, 이젠 가족처럼 친하게 지낸다. 녀석들이 먹이를 가로채는 사람들을 무서워해 도망 다닌다? 아무리 생각해도 슬픈 일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5-10-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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