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말 빌리기/주병철 논설위원
주병철 기자
수정 2015-10-02 20:02
입력 2015-10-02 18:00
또 다른 친구는 말수도 적을뿐더러 여간해서 입을 열지 않는다. 남의 얘기를 듣기만 한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크렘린 같은 사람’이란 별명이 있다. 답답하기도 하고 경계하기도 한다. 근데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해 주는 남다른 재주가 있다. 말이 새나가지 않아 신뢰하는 친구도 있다.
‘말 빌리기’를 좋아하는 친구도 있다. 뭔가 알고 싶어도 대놓고 묻지 않는다. 다른 친구를 통해 알음알음 알아낸다. 그러고는 시치미를 뚝 뗀다. 말은 안 해도 알고 싶은 건 다 알려고 하고, 알아내야만 직성이 풀린다. 친구들은 내공이 깊은 친구라고 말한다. 근데 그게 좋다, 나쁘다 등의 평은 안 한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5-10-03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