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마음 말리기/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수정 2015-07-31 22:30
입력 2015-07-31 17:54
짱짱한 햇발이 아쉬웠다. 전기를 돌려 억지로 습기를 쥐어짜는 제습기로는 비할 게 못 된다. 궂은 하늘이 잠깐 빛을 내어 주는 빨래 말미. 고마워서 어쩔 줄 몰랐다. 햇빛이 장마철처럼 깍듯이 대접받는 때가 또 없다. 빛을 쬐는 수고만 해도 우울을 털어내는 세로토닌이 분비된다는데야. 햇살이 비추는 사물을 관찰하는 일이 삶의 절대적 명령, 낮잠 자느라 그 시간을 놓치는 일은 죄악이라고 말한 서양 화가도 있다. 도처에 쏟아지는 햇빛, 그것만으로도 득의의 삶이었다니 부럽다.
이제부터는 낮밤 없이 볶아칠 8월의 폭염이 기다린다. 일상 아닌 어느 곳에서 지친 마음 돌봐야 수지맞는 시간. “낮아지는 저녁 햇빛에 마음을 내어 말린다”는 시인을 따라 해보기로 한다. 젖은 마음 잘 씻어, 볕 제일 잘 드는 자리에 널어 말리기로 한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2015-08-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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