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종이통장의 추억/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수정 2015-07-30 17:59
입력 2015-07-30 17:50
종이통장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서랍 깊숙이 숨겨 둔 통장을 열어 봤다. 이미 스마트폰뱅킹과 체크카드를 주로 사용하는지라 통장이 없어진다고 해도 크게 불편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종이통장은 분명 필요보다는 관행이었다. 그럼에도 통장이 없어진다고 하니 섭섭하다. 초등학교 때 용돈을 모아 처음 내 이름으로 된 통장을 가졌을 때의 그 성취감을 앞으로 자라나는 친구들은 맛볼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통장은 미미하게나마 금융에 대한 이해와 저축의 보람을 느끼게 해 줬다. 이는 은행 예금을 착실히 하는 우리나라와 일본만 유독 종이통장을 쓰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08년에는 전자여권이 도입되면서 나라마다 특색 있는 스탬프와 비자 스티커를 모으는 재미가 사라져 버렸다. 편리함과 효용성이 자꾸만 일상의 소소한 재미와 추억을 밀어내는 듯해서 못내 아쉽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5-07-3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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