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미식가의 조건/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수정 2015-05-15 20:01
입력 2015-05-15 18:02
내오는 음식의 비주얼부터 신통치 않고, 유명세에 비하면 내용은 더욱 보잘것없건만 아무리 맛이 없어도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며 평가를 보류하곤 한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맛없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맛없다는 말을 못 한다.
하긴 세상 사람이 모두 맛있다는데 나만 혼자 맛없다고 외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니 정말 맛있는 음식인데 혼자만 맛을 못 느끼는 건가 하고 고민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맛 전문가가 넘쳐나고 미식가도 넘쳐난다. 일종의 맛 평론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떤 분야든 칭찬만 하는 평론가는 사이비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맛없으면 맛없다고 자기 이름을 걸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맛 전문가다. 맛없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 음식점 주인을 미안하게 만드는 전문가가 진짜일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5-05-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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