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봄동/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수정 2015-03-23 02:01
입력 2015-03-22 23:52
예전에는 배추와 봄동이 비슷하게 생겨서 이 둘을 구별하지 못했다. 배추가 하늘을 향해 자라면서 속에 알이 꽉 차 있다면 봄동은 잎이 땅바닥으로 펑퍼짐하게 퍼져 노란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다. 둘 다 노지에서 자라지만 봄동은 매서운 추위를 견디고 나온 것이라 더 달고 고소한 맛을 낸다.
어떻게 봄동은 엄동설한을 뚫고 나왔을까. 바로 둥그런 방석마냥 퍼져 있는 모양에 비결이 숨어 있다고 한다. 겨울철 한기를 견디기 위해 햇볕과 땅의 열기를 최대한 빨아들이겠다며 잎을 가능한 한 넓게 퍼지게 했다는 것이다. 땅바닥에 바싹 엎드린 냉이나 민들레꽃, 달맞이꽃 등도 마찬가지다. 한겨울 노지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을 치며 버틴 이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5-03-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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