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지리산 종주/최광숙 논설위원
수정 2013-08-01 00:18
입력 2013-08-01 00:00
지리산의 험하고 깊은 산세를 보면서 빨치산이 이곳을 근거지로 삼은 것도 이해가 됐다. 힘들어도 천왕봉의 고지를 향한다는 마음 하나로 전진했다. 하지만 장터목 산장 못 미쳐서 갑자기 폭우를 만났다. 속옷까지 다 젖을 정도로 비바람은 세찼다. 예상치 못한 장마의 심술에 당초 3박 4일의 완주 코스는 이틀 더 연장됐다. 돌변한 자연 앞에 무력해진 우리들로서는 가던 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떠내려온 흙과 넘쳐난 계곡물이 순식간에 등산길을 삼켜버리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무서웠던 기억이 새롭다. 최근 일본 등산길에 한국인 4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연 앞에 서면 한없이 겸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3-08-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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