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호롱불/정기홍 논설위원
수정 2013-07-18 00:00
입력 2013-07-18 00:00
호롱은 사기 항아리로, 그 안에 석유를 담아 뚜껑에 솜 등으로 심지를 끼워 불을 밝혔다. 호롱과 등잔을 비슷한 의미로 말하지만, 내가 컸던 마을에선 호롱을 등잔보다 개선된 것으로 치부했다. 빛도 한층 밝았다. 몇년 전 시골의 마당 구석에 있던 호롱을 방안 진열대에 둘 요량으로 찾았더니, 그 쓰임새를 안 누군가가 선점해 아쉬웠던 적이 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전력 낭비가 큰 백열전구의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한다. 경복궁에 첫 불을 밝힌 지 127년 만이다. 백열전구가 그 생명을 다한다니 새삼 호롱불 생각이 와 닿았다. 세월이 덜컥 가는 듯해 추억만 깊이 쌓여간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3-07-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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