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봄 운동회/정기홍 논설위원
수정 2013-05-06 00:00
입력 2013-05-06 00:00
주자가 3분의2 바퀴를 돌 무렵, 두어 발 차로 뒤따르던 학생이 그만 넘어졌다. 다리는 이미 풀릴 대로 풀린 상태. 순식간에 20m 남짓 벌어진 간격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 응원의 함성이 잦아드는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지켜보던 선생님이 뒷주자를 보듬고 냅다 달리더니 앞주자 바로 뒤에 내려놓는 것 아닌가. 다시 되살아난 응원의 함성. 아, 저런 교육도 있었구나….
봄 운동회는 삶은 계란을 나눠 먹던 지난 시절 가을 운동회와는 사뭇 달랐다. 점심은 학교급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등수에 들지 못해 눈물을 훔치는 풍경은 그때와 별 다름이 없다. 이날 운동회는 나에게 ‘생각의 느낌표’를 던져줬다. 내 것만을 챙기기 위해 남을 ‘보듬는’ 따뜻한 심성을 오래도록 잊고 산 것 아닌가.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
2013-05-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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