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울음방/임태순 논설위원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13-04-23 00:00
입력 2013-04-23 00:00
영화나 책에서 감동적인 내용과 마주치면 왈칵 감정이 북받쳐 오르지만 울지는 않는다. 남자가 눈물이 헤퍼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살아와서다. 이따금 한바탕 시원스럽게 울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울고 나면 맺혔던 것이 뻥 뚫리고, 가슴속도 가을하늘처럼 파래질 것 같다. 하지만 마음뿐이다.

‘희망전도사’인 차동엽 신부는 힘들 땐 울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희망의 귀환’이라는 책에서 눈물을 많이 흘릴수록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해지고 행복감이 충만해진다면서 눈물을 흘림으로써 외부의 충격도 견딜 수 있고 힘든 것에서 버틸 수 있는 ‘맷집’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뉴욕에는 남자들이 실컷 울고 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고 했다. 눈치가 보여 울지 못하던 남자들이 이곳에 와 돈을 내고 실컷 울고 돌아가니 우리로 치면 ‘울음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그동안 기쁨과 슬픔을 노래방에서 많이 달래왔다. 그러나 이제는 세파에 시달리고 힘들어도 울지 못했던 아버지들을 위해 울음방이 생길 때도 됐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2013-04-23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