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마음꽃/김성호 논설위원
수정 2011-03-30 00:34
입력 2011-03-30 00:00
꿈에 본 듯한 매화마을의 기분 좋은 잔상이 너무 짙었나. 비 그친 동네 공원이 유난히 을씨년스럽다. 공원을 빙 둘러선 나무들이 꽃을 피우기엔 아직 먼 것만 같고. 약한 바람도 그저 차갑게만 느껴지는데. 그래도 여기저기 자리 잡은 젊은 연인들의 살가운 다정함엔 봄기운이 완연하다.
드문드문 앉은 사람들 사이를 느릿느릿 오가는 할머니들. 몸보다 더 큰 폐휴지 수레를 미는, 등 굽은 노인의 얼굴이 창백하다. 보고 난 신문지를 달라는 요구엔 퉁명스러운 대꾸가 더 많고. 매화마을에 지천인 웃음꽃들과는 영 딴판이다. 봄은 마음으로 온다는데. 세상은 차갑지만 마음꽃이라도 활짝 피웠으면. 훈훈한 마음꽃들을.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1-03-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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