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봄기운/이춘규 논설위원
수정 2011-02-21 00:56
입력 2011-02-21 00:00
산꼭대기 남쪽 경사면의 나무들에서도 봄의 기운이 가득하다. 여기저기 나뭇가지에서는 성급하게 새싹을 틔우려는 봉오리들이 터질 듯하다. 많은 나뭇가지가 푸르게 물이 올랐다. 하산길에는 계곡 아래서 몇 차례나 훈훈한 바람이 기습해 온다. 소스라치게 반갑다. 들녘에서는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혹독했던 겨울이 쉽게 물러나기야 하겠는가. 높은 능선 북쪽 사면에는 쌓여 있는 눈이 여전히 10㎝ 안팎이나 된다. 눈 위로 어지럽게 찍혀 있는 토끼, 멧돼지, 꿩 등의 발자국은 동물들의 치열했던 겨울을 웅변해 준다. 응달 등산로엔 얼음이 두껍다. 그래도 겨울의 기세는 현저하게 꺾여 버렸다. 봄은 정녕 사립문 앞까지 와 있었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11-02-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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