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연하장/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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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2-29 12:00
입력 2009-12-29 12:00
책을 사러 서점에 들렀다. 지하철과 이어지는 입구부터 문전성시다. 방학이라 붐비나 했더니 이유는 딴 데 있었다. 카드 코너가 입구 쪽에 설치된 때문이었다. 진열품의 대부분은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카드다. 연하장은 구색용이다. 아직 X-마스 카드란 용어가 입에 낯설다. 연하장이 익숙하다.

연하장을 고르는 사람들이 저마다 생각에 잠겨 있다. 어떤 연하장을 누구에게 보낼지 생각하는 것일 게다. 연하장을 선택하고 나서 대상자를 정할까. 아니면 사람에 따라 알맞은 연하장을 고를까. 걸음을 멈추고 표정을 살폈지만, 궁금증만 더할 뿐이다.



연하장을 사지 않은 지 꽤 됐다. 기억이 까마득하다. 연하장을 고르고, 의미 있는 글귀를 적으려고 품을 들였던 때가 있었다. 회사에서 주는 연하장에 부모님과 집안어른께 몇 자 적어 보낸 게 또 얼마 전이었던가. 십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판이다. 진열장을 부지런히 오가는 젊은이들이 가상하다. 연말연시 축하 문자나 전자우편 보내기도 슬그머니 끊어버린 무심함이 겸연쩍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09-12-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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