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신의 늪 선관위, 노태악 위원장 침묵할 때인가
수정 2023-05-26 04:12
입력 2023-05-26 04:12
박 총장과 송 차장의 자녀는 지방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자녀 채용 특혜 의혹을 받으며 사퇴한 선관위 고위 간부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대선 ‘소쿠리 투표’ 부실 관리 논란을 겪던 김세환 전 사무총장도 아들 특혜 채용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지난해 3월 결국 사퇴했다. 김 전 총장의 아들도 지방공무원에서 선관위로 이직해 곧바로 승진하는 등 의혹을 받았다. 우연이 연속되는 기적이 선관위 고위직에서만 일어나지 않고서야 이런 채용 행태는 반복되기 어렵다. 헌법상 독립기구로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특수성 뒤에서 고용 세습이 이뤄졌던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블랙코미디 같은 ‘소쿠리 투표’에 불공정 채용 복마전을 벌였으면서도 선관위는 정치적 중립성을 내세워 북한 해킹의 보안점검을 거부하기도 했다. 공정과 신뢰가 존재 이유인 선관위가 수습 불능의 불신에 빠졌는데 노태악 위원장의 침묵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지경의 선관위로 내년 총선을 공정·중립의 자세로 치러 낼 것이라고 기대할 국민은 거의 없다. 선관위를 개혁 수준으로 일신하려면 노 위원장이 서둘러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순리다.
2023-05-26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