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野 당대표 선거에 돈 뿌려졌다면 공당 자격 없다
수정 2023-04-14 02:14
입력 2023-04-14 02:14
송영길 당선 때 수십명 돈봉투 의혹
‘야당 탄압’ 주장 접고 수사 협조해야
검찰이 확보한 녹음파일에는 전당대회 직전 돈봉투가 당시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로부터 이 사무부총장을 거쳐 윤 의원 등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담겨 있다. 강 전 감사가 전화로 이 전 부총장에게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관석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고 말한 것이다. 검찰은 강 전 감사로부터 6000만원을 건네받은 이 전 부총장이 이를 300만원씩 담은 돈봉투로 쪼개 윤 의원에게 전달했고, 윤 의원 등이 민주당 의원 10여명에게 이를 나눠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송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에게 보낸 “전달했다”는 문자메시지까지 확보했다고 한다. 이와 별개로 강 전 감사는 민주당 대의원 등에게도 수십만원이 든 돈봉투를 돌리는 등 3000만원가량의 돈을 더 뿌린 혐의도 받는다.
검찰이 피의자로 지목한 윤·이 의원과 민주당은 ‘국면전환용 수사’니 ‘야당 탄압 기획수사’니 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녹음파일에 담긴 정황은 매우 구체적이다. 게다가 송 대표 당선 뒤 윤 의원은 사무총장, 이 전 부총장은 사무부총장에 각각 임명됐다. 이 전 부총장은 이미 뇌물 등의 혐의로 1심에서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돈봉투 선거’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충분히 제기할 만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틈만 나면 ‘차떼기당’ 운운하며 20여년 전 사건까지 소환해 여당을 공격했다. 수사를 지켜봐야겠으나 다른 누구도 아닌 당대표를 뽑는 선거에 원내외 인사 수십명이 검은돈을 주고받은 게 사실이라면 원내 1당은커녕 공당으로서 정치를 말할 자격도 없다. 야당 탄압 운운할 게 아니라 국민 앞에 겸허한 자세로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2023-04-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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