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쿠시마 방출’, 정부는 구체적인 오염수 대책 내놔야
수정 2021-04-14 01:05
입력 2021-04-13 20:52
일본 정부 결정, 인류에 죄짓는 일
철회 설득하고 검역기준 강화해야
일본은 바다에 버리거나 수증기로 증발시키는 방법 중 막대한 비용이 드는 대기 방출 대신 손쉬운 해양 방류를 택했다. 하지만 일본 내 매립지에 묻어 주변국에 피해를 주지 않거나 주변국 동의를 얻을 때까지 저장 탱크를 증설해 임시 보관하는 방법도 있었다. 이런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기준치의 40분의1로 희석해도 인체에 유해한 삼중수소(트리튬)가 잔류하는 오염수 방출을 선택한 것은 자국 이기주의라 비난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일본은 주변국과 협의하지 않고 정보 공개에도 인색했다. 일방적인 방출 결정을 내리고도 주변국 해역을 오염시키는 책임에는 단 한마디 말도 없다.
일본 정부는 지역 어민 반발을 고려해 오염수 방출 피해에 대해서는 도쿄전력이 배상하도록 요구한다고 한다. 즉 후쿠시마 등 주변 해역에서 잡히는 수산물 구입을 일본 국민이 꺼려 가격이 하락하면 배상한다는 것이다. 원전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태평양 바다를 돌아 한국 연근해까지 들어왔다고 가정했을 때 이런 피해가 한국에서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데도 미국 국무부는 국제 안전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일본 정부 지지를 표명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과연 미국 앞바다에 오염수를 버린다고 하면 이런 성명을 냈을까.
일본 정부의 주변국을 무시한 방출 결정은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도 한몫 거들었다. 지난해 10월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은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이러니 방류 결정 직후 소집된 게 고작 차관급 회의이고 이 회의에서 나온 게 하나 마나 한 “강한 유감”과 투명한 정보공개뿐이었다. 정부는 오염수 방출이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고 국민의 생명권에도 직결하는 중대 안건임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일본의 결정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오염수 방출이 현실화되면 어떻게 대응할지 사후약방문 격이라도 강화된 검역 기준을 내놔야 한다.
2021-04-1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