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염 루트 다변화, 방역 ‘플랜B‘ 강구해야
수정 2020-02-11 18:14
입력 2020-02-07 16:23
시민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는 무관한 확진자들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일본, 태국, 싱가포르 방문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행적이 파악 안됐던 우한 출신 중국 관광객중 일부에서 확진자들이 나왔고, 이들 중 일부는 또 아무런 증상없이 이곳저곳 돌아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감염 루트가 다양해져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을 촉발시킬 위험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플랜B’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네 단계의 감염병 위기 경보 가운데 우리나라는 지난달 27일부터 제한적 전파에 해당하는 ‘경계’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한을 경유한 외국인에 한해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신종 코로나는 우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내에서도 저장성 원저우 등 다른 대도시들도 외부와의 교류를 막고, 주민들에게 외출금지령까지 내리고 있지 않은가. 사스의 전례에서도 잘 알 수 있듯 감염병은 직항 노선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기 마련이다. 태국, 싱가포르 외에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무증상 감염자들이 들어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의 방역대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안주할 계제가 아니다.
당국이 어제부터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어도 고열, 기침 등 의심증상이 있을 경우,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 검사대상을 확대하고 검사기관을 늘린 것은 그나마 적절한 대응이다. 하지만 방역 책임자조차 “감염원을 추정하기 어려운 지역사회 환자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한만큼 위기 경보를 최상위인 심각 단계로 상향하고, 격리병상이 한계에 다다르는 상황 등 ‘최악’을 전제한 대비책을 시급히 만들어둬야 한다. 우물쭈물하다 대응시기를 놓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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