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두사미 된 선거법 개정, 게리맨더링 우려된다
박록삼 기자
수정 2019-12-25 02:03
입력 2019-12-24 22:56
지난 4월 28석의 지역구를 줄인 225석에 연동형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리겠다던 약속은 온데간데없다. 개정된 대목은 겨우 연동률 50%에 적용 의석수 30석 정도인데, 개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누더기’에 가깝다. ‘고작 이걸 만들려고 그 난리를 피웠느냐’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선거법 개정 논의는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가 지역선거구별 획정 인구수 편차가 3대1이나 돼 국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시작된 것이다. 헌재는 지역구별 인구편차를 2대1의 비율을 넘지 않도록 맞추라고 주문한 것이다. 그러려면 지역구 수를 줄이고 비례대표 수를 늘려 비례성과 대표성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현역의원의 지역구 줄이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2018년 12월 정당 원내대표들이 모여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고 합의했으나, 결국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 협의에서 배제된 상태로 ‘납작한’ 개정 법안이 나온 것이다. 한국당은 비례용 정당을 만들겠다고도 한다. 20대 국회가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혹평을 피할 길이 없다.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더 우려할 상황이 남았다. 지난 17일 예비후보 등록 이후 21대 총선 일정은 시작됐지만, 선거구 획정은 남았다. 공직선거법(제24조)은 ‘국회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인구편차 2대1을 맞추기 위해 여야가 어떤 꼼수를 부릴지 알 수가 없다. 선거구 획정 과정서 표심이 왜곡되는 ‘누더기 게리맨더링’이 더해질까 우려된다.
2019-12-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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