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적 보물 훈민정음 상주본, 국민 품에 돌려놓아야
수정 2019-07-17 03:27
입력 2019-07-16 23:20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문 해설서로 간송미술관의 간송본(국보 제70호)과 상주본 딱 2권만이 존재한다. 상주본에는 한글 발음에 대해 붓으로 글씨를 써 놓고 공부한 흔적이 있으며, 간송본에는 없는 ‘오성제자고’(五聲制字攷·다섯 음으로 만든 글자에 대한 고찰)라는 표지가 있어 간송본을 뛰어넘는 귀중한 문화재로 평가된다. 이미 대법원 판결과 원소유자의 기증에 의해 국가 소유가 확정돼 있는 문화재를 한 개인의 어처구니없는 소유권 주장으로 행방조차 모르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배씨는 1조원짜리 상주본을 받아 가려면 1000억원은 내놓으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문화재청은 판결 취지를 배씨에게 설명하고, 안전한 회수를 위해 강제집행 대신 배씨 설득을 우선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설에 따르면 배씨가 30장짜리 상주본을 3개로 나눠 보관하고 있다지만 믿을 수 없다. 전문성을 요하는 고서적의 보관이 제대로 되고 있을 리 만무하다. 그간의 과정을 보면 배씨의 선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화재청은 법적 절차를 마쳤으니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상주본이 더 훼손되기 전에 국민 품에 돌려놓아야 한다.
2019-07-17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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