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욕과 불신의 사법부 70주년 환골탈태만이 살길이다

박현갑 기자
수정 2018-09-13 21:39
입력 2018-09-13 20:32
김명수 대법원장은 어제 열린 70주년 기념사에서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 협조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원론적인 발언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6월 15일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대국민사를 하면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천명했으나, 사법농단 수사팀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의 기각률이 90%이다. 2016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89.2%였다.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검찰의 영장을 영장판사가 세 차례나 기각하고 그 틈을 타 유해용 전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이 핵심 증거가 될 대법원 기밀자료를 무단으로 파기한 행태 등을 볼 때 법원은 ‘조직적 공범’을 자처하는 듯하다.
법원은 법치주의와 인권 보장의 최후 보루다. 법관이 탄핵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으면 파면되지 않도록 신분을 보장한 이유는 그 역할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관이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결하지 않는다면 이런 신분 보장은 특혜일 뿐 의미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기념식에서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며, 만약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며 자체적인 사법개혁안 마련을 요구했다. 법원은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면 국정조사와 적폐 법관 탄핵발의 등 입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2018-09-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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