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 총장 사퇴로 드러난 낮은 성희롱 인식 수준
수정 2018-07-08 22:45
입력 2018-07-08 22:44
강 교수는 총추위와 이사회의 두 차례 검증을 통과했지만,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6일 사퇴했다. 총추위는 ‘성 비위를 저지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했고, “그런 사실 없다”는 강 후보의 자가 검증을 그대로 믿었다. 이어 총추위는 강 후보 등 3명을 이사회에 추천했다. 서울대 여교수회가 여교수 성추행 의혹 등을 제기했지만, 총추위는 이미 이사회에 후보를 추천했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교육부 차관도 포함된 이사회에서 재적이사 15명 중 8명의 찬성으로 그를 총장 최종 후보로 뽑았다. 후보자도 문제지만, 공식 기구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낮고, 인사 검증도 형식적이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주말 대학로 시위는 남녀 갈등을 조장하고 대통령을 모욕하는 구호가 넘쳐나 국민적 반감을 살 만도 하다. 그러나 숲을 봐야지 나무만 봐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일상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라는 구호는 여성이 품은 공포와 현실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이 시위 현장을 지켜본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성평등 사회를 만들려는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웠고 더 분발하겠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가 장관 경질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의 대상이 됐다. 아쉬운 대목이다. 성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이 몇 년 사이 아주 심각해졌다.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했듯 사회가 여성의 수치심과 명예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특히 사회의 주요 인사나 기관들은 성희롱·추행과 같은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새 시대에 맞게 새롭게 고쳐야 한다. 수사기관도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제작, 유포와 관련해 강력히 처벌해야 ‘억울하다’는 여성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2018-07-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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