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멍 뚫린 사이버 안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수정 2017-12-22 01:04
입력 2017-12-21 23:20
정부 당국의 조사를 더 지켜봐야겠으나 가상화폐 세계는 그동안 외화벌이에 목을 맨 북한의 새로운 공략 대상이 된 분야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한층 강화되면서 돈줄이 막힌 북한이 7000여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해커 부대를 앞세운 대대적 외화 탈취에 나섰고, 최근 들어 부쩍 가상화폐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빗 해킹 말고도 지난 6월의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해킹과 4월 야피존, 9월 코인이즈의 가상화폐 계좌 탈취 사건도 북한 소행이란 증거를 확보해 검찰에 제공했다고 국정원이 지난 15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9월 국방부 국방통합데이터센터를 해킹해 김정은 참수 작전과 작전계획 5015 등 우리 군의 핵심 기밀 자료들을 300건 남짓 탈취했는가 하면 이른바 ‘워너크라이’ 공격으로 전 세계 병원과 은행, 기업의 네트워크를 마비시킨 것도 북한 소행인 것을 보면 북의 사이버 테러 수준이 지금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를 절감케 한다.
더 큰 걱정은 평창동계올림픽이다. 북이 핵·미사일 도발과 별개로 공격 주체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사이버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우리 군 당국의 분석이다. 송영무 국방장관도 지난 8일 전국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이를 특히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경고와 달리 정부와 정치권이 대책을 서두른다는 소리는 없다. ‘댓글 사건’ 이후 국정원 대북심리전단과 군 사이버사령부는 무력화됐고, 여야는 사이버테러방지법 하나를 놓고 몇 년째 입씨름만 거듭하다 아예 제쳐 놓았다. 지난 6월 빗썸은 고객 자료 유출 해킹으로 과징금과 과태료 약 6000만원을 물었다. 북의 국가적 사이버 공격에 정부와 정치권은 뒷짐을 진 채 민간 기업에 책임을 묻는 나라가 됐다.
2017-12-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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