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멈춤’ 공공기관장 인사, 낙하산 ‘신호대기’ 중인가
수정 2017-08-28 23:15
입력 2017-08-28 22:02
정책 뒷받침 위해 인선 서두르되 낙하산 인사 없다는 약속 지켜야
정부 지정 공공기관은 공기업 35곳, 정부기관 89곳을 비롯해 모두 322곳에 이른다. 이 기관들의 수장을 비롯해 임원, 감사 등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줄잡아 2000개가 넘는다. 이에 적합한 인물을 임명하는 것은 정부 정책을 올바르게 추진하고 뒷받침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능한 공공기관장을 엄선해 가급적 빨리 임명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공기관장은 공모 절차를 통해 임명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같은 절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대통령과 청와대, 여권 등 권력 핵심부의 의중에 따라 인선이 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현재 공공기관장의 인선 작업이 늦어지는 것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이나 청와대로부터의 별다른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공공기관 인사의 공정성, 투명성, 독립성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새 정부도 장관 등 국무위원 인선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이유정 헌법재판관의 코드인사 문제를 비롯해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선 실패 등 인사와 관련된 잡음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공공기관장 인사는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야 하는 만큼 신중해야 하지만 속도를 더 내야 한다.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이 (이)사장 등의 선임 절차를 시작도 못 하는 바람에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언급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등 갖가지 현안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업무가 많은 만큼 정부의 정책을 제대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공공기관장 인선은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낙하산, 코드인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공공기관장 인사가 늦춰지고 있다는 말도 한다. 본격적인 공공기관 인사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말쯤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중에는 “낙하산들이 신호 대기중이다”라는 말도 떠돈다. 금융기관 임원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낙하산 논란에 빗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당 대표 회동 당시 “공공기관 인사 때 캠프, 보은, 낙하산 인사는 없게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원칙과 초심을 잃지 말고 이 약속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7-08-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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