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 위기 대응할 다각도 시나리오 점검해야
수정 2017-08-11 00:18
입력 2017-08-10 22:46
미·북 치킨게임 과거와 양상 달라… 성동격서식 北 대남도발 대비해야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압박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미국의 단호한 대응은 물론 진작 예상된 바다. 대화의 모멘텀도 이런 일촉즉발의 벼랑 끝 대치에서 잉태된다는 사실 또한 북핵 위기 20여년의 많은 전례가 보여 준다. 그러나 작금의 미·북 간 불퇴전의 치킨게임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즉응적 캐릭터와 완성 단계에 접어든 북의 핵 전력,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완충지대의 부재라는 세 가지 요소로 인해 과거와는 비교 불가의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스물여덟의 어린 나이에 권좌에 오른 김정은은 무자비한 폭정 논란에도 불구하고 5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경제와 군사 부문에서 많은 ‘성취’를 이뤄 냈다. 이는 다시 말해 선대의 김일성, 김정일보다 월등히 강한 독단적 자기 확신에 매몰돼 있으며, 그만큼 자신을 옥죄는 상황 앞에서 한발 물러서기보다는 정면돌파의 길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트럼프 역시 많은 국제적 비난을 자초하면서도 기후변화협약이나 통상 문제에서 제 뜻을 관철해 나갈 만큼 비타협적 요소를 많이 지닌 인물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경고를 단순한 엄포로만 받아들이기 어렵게 한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외교안보 라인의 기민한 대응과 군의 철통 같은 대비태세가 절실하다. 북의 도발에 대비해 다각도의 대응 시나리오를 철저히 점검해 터럭만 한 허점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이미 괌 기지 포위사격을 공언한 북은 오히려 성동격서 격으로 국지적 대남 도발 카드를 꺼내 들 공산이 크다. 이를 통해 남측의 불안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강 대 강을 고수하는 미국에 대한 반발 정서를 끌어내는 교란전략을 펼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나아가 북이 실제 도발을 감행하면 상황별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면밀하게 대비해 놔야 한다. 성주 사드 발사대 배치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미군이 성주 사드 기지를 통해 북 미사일 요격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할 수는 있겠으나, 이런 소극적 자세가 한·미 동맹의 균열로 이어져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017-08-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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