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소득층 학생 성적 끌어올린 고려대 장학금
수정 2017-02-06 21:56
입력 2017-02-06 21:12
성적 아닌 소득 기준으로 바꿔…“힘내라”란 말보다 실질적 도움
고려대는 지난해 폐지한 성적장학금 34억원을 저소득층 장학금, 학생자치 장학금, 해외탐방 프로젝트 등에 배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저소득층 장학금은 91억 1500만원으로 2015년에 비해 14억원 늘었다. 등록금 전액 장학생도 가장 소득 수준이 낮은 1~2분위에서 1~5분위로 확대했다. 나아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방학을 포함해 매월 3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했다. 기숙사를 사용하면 생활비에다 20만원을 더 줬다. 이로써 2015년 1학기 저소득층 장학금 수혜 학생이 2401명에서 지난해 1학기 3383명으로 크게 늘었다.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돈과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 것이다.
고려대의 도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때 반발했던 학생들도 공감하고 있다. 바람직하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학생들이 공부할 시간을 가짐으로써 성적이 올라가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경험도 풍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 탓에 학업에 열중하지 못해 성적이 나쁘고, 좋지 않은 성적 때문에 취업이 잘 안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 꿈도 못 꿨던 해외 대학의 교환 학생으로 다녀온 저소득층 학생도 있다.
다른 대학들도 장학금 지원 형태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꼭 필요한 학생들에게 장학금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소득계층 간의 격차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정부와 대학 간의 등록금 문제를 완화할 수도 있다. 빚을 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을 줄이는 방안이기도 하다. 한국장학재단의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 제도 역시 같은 취지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학업에 충실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힘내라”라는 말 대신 실질적인 힘을 주는 것도 대학의 사회적 책무이자 역할이 아닐 수 없다.
2017-02-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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