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순실 의혹 커지는데 특검 놓고 싸우는 여야
수정 2016-10-28 23:31
입력 2016-10-28 23:08
“1800억 최씨가 짰다”는 의혹 제기돼…민심 읽고 특검 논의 속히 마무리를
박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역대 정부의 국정 파탄 국면에서 나타나던 시국선언과 시위도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민사회, 종교계로까지 확대일로다. 오늘은 서울 도심에서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위한 대규모 시위까지 열릴 예정이다. 심상찮은 민심은 여론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박 대통령의 사과 직후인 25~27일 조사한 결과 국정 지지율은 14%로 곤두박질쳤다. 취임 이후 최저다. 역대 정권에 견주면 국정 운영의 동력 상실로 해석되는 지지율이다. 그제 박 대통령이 참석했던 부산 자치박람회 행사장의 텅 빈 뒷자리가 바로 민심의 현주소를 보여 주고 있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새누리당도 청와대와 같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읽지 못하는 듯하다. 최순실씨가 1800억원 규모의 문화융성 예산안을 직접 짰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최씨의 국정 개입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검찰이 특별수사본부를 차려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한 특별검사제를 하루속히 발족해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그러나 여야의 협상은 초반에 결렬되고 말았다. 여당은 상설 특검을, 야당은 별도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 등 3대 선결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특검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최씨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당 안팎에서 비난을 받았다. 충돌은 불가피하지만 특검 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 현직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인 까닭에서다.
현직 대통령까지 의혹의 당사자인 상황에서 특검을 임명해 수사를 지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여야 간의 당리당략을 떠나 최씨가 저지른 국정 농단을 밝히기를 원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별도 특검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청와대가 아닌 민심을 먼저 똑바로 봐야 한다. 위기일수록 정도(正道)로 가는 게 순리다.
2016-10-29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