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북자 급증과 구테헤스 새 유엔 총장의 소명
수정 2016-10-08 00:01
입력 2016-10-07 18:08
북 인권 문제, 유엔 역할 커질 듯…탈북자 문제, 우리 관심 선행돼야
구테헤스 내정자의 어깨에 걸린 국제 현안이 한두 가지일 리는 없다.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로 지구촌의 분쟁 지역은 확산일로인 데다 범세계적 빈곤 퇴치 및 인권 개선, 그리고 기후 변화 대책 등 과제들이 쌓여 있다. ‘핵 없는 세상’을 향한 인류의 결의도 북한의 핵 개발로 뒤틀리면서 유엔의 역할이 도마에 올라 있다. 모두 그의 조정 능력을 시험하는 숙제들이다. 이 중 많은 이슈가 우리의 반쪽인 북한과 직간접으로 연계돼 있다. 북핵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북한 정권의 민생 경시와 인권 탄압이 빚은 대량 탈북 현상이 그것이다.
물론 임기 말의 반 총장이 이제 한반도 현안에 대해 손을 떼란 얘기는 아니다. 다만 북핵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 공조가 미·일과 중·러 간 이견으로 신냉전 구도로 꼬여들 조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한민국이 배출한 반 총장보다 구테헤스 내정자의 입지가 더 넓을 수도 있을 법하다. 더욱이 ‘난민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는 탈북자 인권 문제를 다루는 데 더없는 적격자일 수 있다. 그는 과거 유엔난민기구(UNHCR)를 이끌 당시 중국의 탈북자 북송에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북한에 끌려갈 경우 형사 처벌이나 비인도적 대우 등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큰 ‘현장 난민’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면서다.
최근 주영 북한 대사관 태영호 공사나 베이징에서 일하던 북 보건성 간부의 잇단 탈북은 뭘 뜻하나. 특권층의 탈북은 단순히 굶주림 탓이라기보다 김정은 체제의 인권 유린에 대한 반발에 기인한다고 봐야 할 게다. 탈북자들에 대한 인권보호 의식이 투철한 새 유엔 총장의 등장에 반색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을 돌아볼 때다. 미 의회는 내년에 효력이 만료되는 북한인권법을 5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린 어렵사리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고도 이에 따른 북한인권재단조차 여야 간 이견으로 출범시키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인권재단이 제3국 소재 탈북자의 한국행을 돕는 민간단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탈북자 인권 문제 제기는 주민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면서 ‘핵폭주’를 거듭하는 북한 정권의 변화를 이끌어 낼 효과적 수단일 수도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
2016-10-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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