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사인지 장사꾼인지 알 수 없는 진경준
수정 2016-07-15 00:36
입력 2016-07-14 23:12
그는 넥슨 주식 매입 대금에 대해 처음에는 ‘내 돈으로 샀다’더니 나중에 ‘처가에서 빌린 돈’, ‘넥슨의 김정주 대표에게 빌렸다가 갚았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더니 검찰 출두에 앞서 제출한 ‘자수서’에서는 “김 대표로부터 주식을 받았다”고 했다. 김 대표에게 빌린 돈도 아니었다니 그의 거짓말 시리즈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스스로 거짓말쟁이임을 시인한 것은 ‘고해성사’가 아니기에 더더욱 괘씸하다. 그의 주식 거래가 뇌물죄 공소시효(10년)가 지났기에 형사처벌의 단죄를 피해 나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 아니겠는가. 그는 대가성이 없다는 점까지 강조했다.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라고 국민 세금으로 키워진 수사 역량을 검사가 자신의 비리 혐의 무죄 입증에 써먹으려 드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그는 2010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시절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의 비리 첩보를 내사하다가 중단했다. 처남 이름으로 청소 용역업체를 세워 그 기업으로부터 일감을 따낸 것이 수사 종결에 대한 대가일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진 검사장이 (일감을 주라고) 먼저 요구하고 여러 차례 졸랐다”는 증언도 나온다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악질 범죄자가 따로 없다. 돈 냄새가 나는 곳에 사방팔방 다니면서 온갖 협박과 감언이설로 비리를 저지르는 범죄자들과 뭐가 다른가. 사회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야 할 검사가 외려 검사직을 발판으로 치부하는 데 열을 올리는 이가 더 없으라는 법이 없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진 검사장같이 ‘무늬만 검사’인 이들의 비리를 뿌리째 뽑아야 한다.
2016-07-15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