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비방전 접고 정책 논쟁 벌이라
수정 2016-04-02 00:16
입력 2016-04-01 18:02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견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선거 국면에서 상대 당이나 후보의 정책과 노선에 대해 건설적인 지적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팩트에 기반한, 대안 제시형 비판이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강 위원장과 김 대표가 벌이는 경제 논쟁은 얼마간 실망스럽다. 각자의 지론인 한국적 양적완화론(강 위원장)이나 경제민주화론(김 대표)의 적실성을 설명하기보다는 상대 주장을 깎아내리며 말꼬리 잡기에 급급한 형국이라는 점에서다. 여야 총선 지도부가 이러니 선거 캠프에서 툭하면 설화가 불거지는 게 아닌가. 주진형 더민주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이 강 위원장을 향해 ‘집에 앉은 노인’, ‘완전 허수아비’라는 등 막말을 쏟아 냈다가 당 차원에서 대신 사과한 사실이 대표적 사례다.
물론 여야가 선거전 주도권을 장악하거나 불리한 판세를 일거에 뒤엎기 위해 네거티브 메시지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함으로써 대의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공적인 이슈를 놓고 일방적 매도가 아니라 합리적 소통과 대화로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이 ‘숙의 민주주의’다.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차원 높은 이 단계에 도달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막말과 허위 사실을 담은 인신공격이다. 이로 인해 정치적 경쟁자 간 의견의 평행선이 감정의 평행선으로 치닫는다면 공동체 구성원 간 갈등이나 정치적 냉소주의를 부추기는 꼴이다. 19대 총선 때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온갖 엽기적 막말로 주목을 끌려다 자신은 물론 소속 당의 득표에도 악영향을 끼친 전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 지금 여야가 상호 비방전을 자제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상대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가 결국 자신을 해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음을 유념할 때다. 특히 저질적인 막말로 유권자의 수준을 얕잡아 봐서는 안 될 것이다. 개별 후보들은 상대 후보를 비방할 시간이 있으면 자신의 강점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포지티브 캠페인에 주력해야 한다. 여야 각 당도 가급적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책 콘텐츠와 국가와 지역사회의 미래 청사진을 내놓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2016-04-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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