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희호 여사 방북 관계 개선 불씨 삼길
수정 2015-08-04 18:02
입력 2015-08-04 18:02
남북 관계가 극도로 냉각된 현시점에서 성사된 이 여사의 방북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설사 북측이 6·15선언 계승을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 여사 방북을 허용했다고 하더라도 이 여사를 비롯한 방북단이 간접적으로나마 북측에 남북 관계 개선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남북 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가 “이 여사의 방북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민족적 경사인 광복 70주년을 앞둔 시기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 여사 방북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의 훈풍이 불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현안을 의제로 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열릴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모쪼록 남북 양측이 이번 이 여사 방북을 관계 개선의 소중한 불씨로 살려 나가길 바라마지 않는다.
물론 현재로서는 다소 어두운 전망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정부가 이 여사를 통해 특별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고, 북측 역시 우리 정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계속하며 빗장을 풀지 않고 있다. 우리나 북측이나 적극적인 대화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제 남북 관계 경색은 우리 민족 전체를 위해서도 끝장내야 한다. 지난 7년간 격정적으로 상대방을 힐난하면서 남북 모두 엄청난 민족적 역량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평양의 방북단을 통해 적극적인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고, 북측 또한 이 여사를 통해 이에 화답함으로써 극적인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 주길 거듭 촉구한다.
2015-08-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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