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침 학습 막는 교육청 제 정신인가
수정 2015-03-06 18:06
입력 2015-03-06 17:58
9시 등교제는 맞벌이 부모와 한부모 가정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채 일단 저질러 놓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일선 학교에서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고육지책 성격의 프로그램마저 교육청이 제동을 걸고 나서는 것은 어떤 이유와 명분을 들이대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등교 시간 조정 여부는 단위 학교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맞다. 습관적으로 혹은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이른 시간에 학교에 올 수밖에 없는 학생들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의 운영 또한 학교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한 방향으로만 몰고 가려는 박제된 통제 중심적 교육관은 진보와는 거리가 멀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오히려 진보적 가치를 외면하고 참교육 정신을 훼손한다는 말을 들어서야 쓰겠는가.
일선 학교로서는 예산 편성이나 지원금 배분 등의 문제가 걸려 있으니 교육청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교육청이 혹시라도 이런 고리를 빌미로 교육 현장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보다 더한 ‘갑질’도 없다. 현실에 뿌리를 두지 않은 이상은 공상에 불과하다. 교육 현장과 동떨어진 일방적인 지침만을 강요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다. 교육을 실험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교육이 ‘진보’의 도그마에 빠져 거꾸로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육청은 일선 학교의 학습 프로그램을 탓하기 전에 ‘늦은 등교’에 따른 교육 현장의 고충부터 이해하고 제대로 된 보완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일선 학교와 따로 노는 ‘반(反)교육청’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바란다. 아침 학습에 자율권을 부여하라.
2015-03-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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