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구획정위 선관위 산하 설치 합의하라
수정 2014-11-03 00:00
입력 2014-11-03 00:00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중앙선관위에 일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이번 기회에 선거구획정위를 국회가 아닌 중앙선관위 산하에 설치해 정치권의 입김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새누리당 혁신특위는 선거구 획정 문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다루지 않고, 법 개정을 거쳐 선관위가 마련한 안을 곧바로 국회에 상정해 원안 의결토록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국회가 심의·의결하는 과정에서 선관위 안을 수정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법 개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대로만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잡음은 대부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혁신특위 구상에도 불구하고 당장 새누리당 당론으로 채택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혁신특위 내부에서부터 법 개정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반발에 부딪칠 것이라는 관측조차 없지 않다고 한다.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싸움은 총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우리 정치의 대표적인 꼴불견 가운데 하나다. 2012년 4·11 총선 당시에도 여야는 선거가 50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까지 선거구 획정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다. 결국 선거 준비에 다급해진 중앙선관위가 국회의원 정수를 1석 늘린 300석으로 하자고 제의했다. 줄여도 시원치 않다는 비판 속에서도 299석이던 국회 의석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불합리가 거듭되면서 선거구획정위를 국회에서 독립시켜 상설 의결기구화하자는 중앙선관위 제안도 일찍부터 이루어졌다. 하지만 여야는 선관위 제안에 ‘원칙적 동의’를 표시하면서도 선거가 닥치면 모른 체했다.
여야는 끊임없이 정치 개혁과 기득권 포기를 외쳐 왔지만 실천한 것은 거의 없다. 당리당략만 남았을 뿐 정의는 사라졌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선거구 획정은 총선에 나서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게임의 룰’이라는 점에서 공정해야 한다. 이것조차 누군가에게 유리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게임의 시작 단계부터 다른 누군가에게는 치명적 불이익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정치권도 중앙선관위의 선거구 획정이 현실적으로 가장 공정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으리라고 믿는다. 여야는 제20대 총선에 앞서 선거구 획정 권한을 선관위에 넘겨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2014-11-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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