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문성 외면 공공기관 보은인사 민심 못 얻는다
수정 2014-04-05 02:39
입력 2014-04-05 00:00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의 인선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변 신임 사장은 관광 정책이나 산업 관련 경력이 없는 광고 디자인 전문가다. 관광공사 노조는 관광 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겸비한 인사가 다시 임명돼야 한다며 출근 저지를 벼르고 있다. 이 신임 이사장의 인선은 공모 과정이 석연치 않다. 그는 18대 총선 때 선거법을 위반해 지난 2월까지 자격정지 상태였다. 공교롭게도 신임 이사장 공모 절차는 자격 정지 기간이 끝나고 한 달 뒤인 지난달 시작됐다. 전임 이사장의 임기가 지난해 10월 끝났는 데도 공모 절차가 뚜렷한 이유 없이 미뤄졌다. 이 교수를 이사장에 앉히기 위한 모종의 고려가 있었던 건 아닌지 충분히 의심을 살 만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5년 이상 업무 경력’ 등 공공기관장의 자격기준을 계량화해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고 밝혔다. 당시 본보는 사후약방문이고 늑장 대책이지만 잘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인선을 보면 현 정부가 낙하산 보은인사를 근절하겠다는 진정성이 있는지조차 의문이 든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공기관의 혁신과 경영 효율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마구잡이식 보은 인사의 구태가 사라지지 않고는 개혁도 정상화도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원칙과 정도를 저버리는 인사는 탈을 부르기 마련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인사를 요구하는 민심의 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2014-04-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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