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봉 이벤트’에 그쳐선 이산가족 한 못푼다
수정 2014-02-15 02:55
입력 2014-02-15 00:00
남북 당국은 어제 두 번째 고위급 접촉을 통해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던 이번 달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다 해도 수혜자는 남측 84명, 북측 88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는 일회성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있었던 2010년 추석 때까지 재회의 기쁨을 누린 사람들은 남측 1874명, 북측 1890명에 그쳤다. 우리 측은 상봉 신청자 12만 9264명 가운데 1.4%만이 북측의 그리운 가족·친척들을 만났다. 5만 7784명은 이미 고인이 됐다. 남아 있는 7만 1000여명 중 절반 이상이 80세 넘는 고령자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 가운데 누군가는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한적십자사 남북이산가족찾기 신청접수처 벽에 큼지막하게 걸려 있듯이 이들에게는 정말 시간이 없다. 상봉이 어렵다면 생사라도 확인하거나 편지교환을 통해 최소한이나마 혈육의 정을 나누도록 해줘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금의 방식으로는 이산의 한을 영영 풀 길이 없다. 상봉 행사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이 2007년 10·4 정상회담에서 “금강산 면회소에 쌍방 대표를 상주시키고 이산가족 상봉을 상시화한다”고 합의했지만 이미 휴지 조각이 된 지 오래다. 지금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 조성을 위한 용도나 북한이 남측으로부터 경제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지렛대로만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 입장과 철저히 분리해 자유왕래를 성사시켰던 동서독 사례는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물론 동독에 대한 서독의 재정지원 등 ‘당근’이 있었지만 그들은 수시 상호방문을 통해 동서독 가족 간 재결합과 통독의 기초를 닦았다. 이번 고위급 접촉 결과를 출발점으로 이산상봉의 상시화를 넘어 자유왕래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남북 간 신뢰를 쌓아야 한다. 특히 북측은 인도적 사안을 다른 정치·군사적 현안과 연계해선 안 된다.
2014-02-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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